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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식

독서와 인생의 만남

독서와 인생의 만남
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는가. 만나기 위해서다. 누구를,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을. 독서(讀書)는 인생의 깊은 만남이다. 인생은 나와 너와의 만남이다. 우리는 매일 친구를 만나고 애인을 만나고 동료를 만나고, 또 가족을 만난다. 만남이 없이는 인생이 있을 수 없다. 인생은 끊임없는 조우(遭遇)요, 부단한 해후(邂洉)다.


우리는 같은 시대인(時代人)과 만나는 동시에 옛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옛 어른들을 어떻게 만나는가. 책(冊)을 통해서 만나는 길밖에는 없다. 독서는 옛 사람들과의 깊은 정신적 만남이다. 만남에는 얕은 만남이 있고 깊은 만남이 있다. 불행한 만남이 있고 행복한 만남이 있다. 소비적인 만남이 있고 생산적인 만남이 있다. 



옛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들의 정신과 만나는 것이요, 그들의 사상(思想)과 만나는 것이다. 그들의 정신과의 만남,사상과의 만남을 통해서 나의 자아(自我)가 심화(深化)되고, 나의 인격이 성장하고, 나의 정신의 눈이 뜨이게 된다. 우리는 새로운 자아 발견의 기쁨과 자기 심화의 법열(法悅)을 느낀다.


정한 독서는 내가 참된 나를 알고 참된 나를 만나는 희귀(稀貴)한 창조적 행동이다. 옛어른은 이렇게 노래했다. 〈폐문시 즉심산 독서 수처 정토(閉門是即深山 讀書隨處淨土)>, 문을 닫으면, 깊은 산처럼 조용하고 책을 읽으면 어디나 정토와 같다. 독서 삼매경(三昧境)을 노래한 명시(名詩)다. 이것은 진정한 독서인 만이 가지는 인생의 지극한 환희(歡喜)요, 다시 없는 법열이다.


양서(良書)를 펴 보아라. 인생의 깊은 정신적 만남의 행복을 느낄 것이다. 종교의 진리를 말하는 구도자(求道者)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학문의 깊은 이치를 순순히 전해주는 선생을 만난다. 예술의 황홀한 미(美)를 직감시키는 아르스(Ars-예술)의 거장(巨匠)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의 오묘한 질서를 노래하는 시인(詩人)의 음성을 접할 수 있다. 파란만장 속에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사극(史劇)의 줄거리를 그린 소설가(小說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인생의 지혜를 담담(淡淡)하게 가르쳐 주는 스승들의 정다운 목소리를 대할 수 있다.


책 속에는 진리의 말씀이 있고, 슬기의 샘터가 있고, 이론의 공장(工場)이 있고, 사색의 산실(産室)이 있고, 로고스의 향연이 있고, 뮤즈의 노래가 있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책 속에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하고, 성실한 진리인(眞理人)을 만나야 하고, 존경하는 선생을 만나야 하고, 위대한 혁명가를 만나야 하고, 진지한 학자를 만나야 하고, 사숙(私淑)하는 영웅을 만나야 한다.책 속에는 정신의 동지(同志)가 있고, 양모(仲原)하는 위
인이 있다.

이러한 인물들과의 깊은 만남이 나에게 각성과 감명과 영감과 자극과 충격을 준다. 이것이 나의 존재를 높은 생으로 비약시키고 깊은 차원으로 심화시킨다.


만남은 또한 대화(對話)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옛어른과 무언(無言)의 깊은 대화를 나눈다. 그는 나에게 말하고 또 묻는다. 나는 생각하고 대답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인생의 깊은 물음,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인간은 묻고 대답하는 존재다. 물음 없이 대답이 없고 대답 없이 물음이 없다. 

너와 나와의 깊은 정신적 만남과 대화가 없이는 나는 성장(成長)할 수 없고 발전할 수 없다. 책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나와 만나서 깊은 대화를 나누자고 손짓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정신의 향연에 참여해야 한다. 마음과 마음의 대화, 혼과 혼의 만남, 이 대화와 만남에서 새로운 정신적 창조가 이루어진다.


칸트의 음성이, 타고르의 목소리가, 단테의 손이, 원효(元曉)의 얼굴이, 파스칼의 음성이 우리를 조용히 그리고 간절히 부르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만나서 묻고 대답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독서인은 이 풍요한 정신적 향연에 혼연히 동참(同參)해야 한다. 

- 고 숭실대 철학 교수 안병욱 -  


지금도 대학에 가야 하는가